'빚내서 주식하면 망한다'
주식 투자를 막 시작하셨거나 아니면 주식 투자를 안 하신다고 하더라도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중에 하나일 텐데요. 흔히들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아서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의 위험성을 많이들 말씀하십니다.
일반적으론 대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없지 않아 있는 게 사실인데 저 개인적으론 대출을 이용해 사업 자금을 마련하거나 주식 및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행위를 개인의 정확한 수입이나 자금 동원 능력 등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변화나 흐름을 읽는 뛰어난 선견지명이나 자금 여력을 가지고 있다면 현명하고 적절한 대출로 큰 이득을 보며 부를 축적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삼성의 이병철 전 회장 같은 경우도 일제 강점기 시절 식산은행 마산지점에서 계약금만을 가지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토지를 사들였다 되파는 거래를 계속해 큰 부를 축적하며 만석꾼이 되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죠. 물론 나중에 발발한 중. 일 전쟁을 기점으로 한 일본 은행들의 자금동결 정책의 영향으로 대출이 막혀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만...
하지만 위의 예는 어디까지나 천부적인 금전 감각을 지닌 이병철 전 회장의 예이고 일반인들의 경우 정확한 시장 상황 예측이 쉽지도 않겠거니와 본인의 상환 능력을 넘어선 무리한 대출은 당연히 큰 낭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제가 굳이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여러 대출광고에서 너무나도 지겹게들 보거나 들어오신 내용들일 거라 생각합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이나 항상 우리 바람대로만 움직여 준다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는 게 당연히 현명한 선택일 수 있겠으나 언제나 인생은 알 수 없는 변수의 연속이며 우리 눈에 보이는 것처럼 간단한 방향으로만 움직여 주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주식에 있어서는 은행 대출 외에도 미수거래나 신용거래라는 또 다른 양날의 검이 존재합니다.
미수거래란 내가 가지고 있는 원금 이상의 돈을 증권사에서 빌려 더 많은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대출입니다. 얼마를 대출받을 수 있을지는 주식마다 다르며 그 비율은 증거금률이라는 것에 의해 정해집니다.
증거금이란 말 많이들 들어보셨을 텐데 증거금의 사전적 의미는 계약의 이행을 확실히 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제공하는 담보금, 주식에선 주식을 거래할 때 약정 대금의 일정 비율에 따라 미리 예탁하는 보증금이라고 하지만 아마 의미가 금방 와닿진 않으실 겁니다.
가령 삼성전자의 주식이 한 주에 10만 원이고 고지된 증거금 비율 즉 증거금률이 30%라고 한번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우리가 현금거래로 삼성 주식 한 주를 구매하려면 증권사 계좌에 10만 원 이상의 예치금이 있어야만 구매가 가능하겠죠. 그런데 미수거래를 이용해 증거금률 30%인 삼성전자 주식을 구매하겠다고 한다면 10만 원의 증거금률 30%에 해당하는 금액인 3만 원만 가지고 있어도 10만 원짜리 삼성 전자 주식 한 주를 구매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주식을 구매할 때 30%에 해당하는 금액인 3만 원은 이미 지불을 한 상태고 나머지 7만 원은 지불을 안 한 상태니 결국 10만 원짜리 물건을 3만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외상으로 구매한 셈입니다. 이런 거래를 미수 거래라고 하며 아직 갚지 않은 외상값 7만 원은 미수금이라고 합니다.
마침 삼성전자 주식이 폭등할 것 같은 느낌에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싶었지만 자금이 부족해서 못 사고 있었는데 이렇게 외상으로 살 수 있으니 너무 유용하고 좋은데?라고 생각한 찰나 예상대로 삼성전자 주식이 폭등해 실제 필요한 자본보다도 작은 자본만으로 큰 이득을 봤으니 이렇게 기쁜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이거야말로 레버리지 (Leverage) 투자의 정석 아니겠습니까? 다들 아시겠지만 레버리지는 지렛대 및 지렛대의 힘이나 작용을 의미하며 실제 자신이 가진 힘보다 더 큰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다는 의미에 빗대 실제 필요 자본보다 작은 자본으로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투자 방식, 즉 부채를 이용한 투자 방식을 레버리지 투자라고 합니다.
작은 자본으로 이득을 봤으니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긴 하지만 위에 가정한 상황은 어디까지나 최상의 상황만을 언급한 것이고 항상 인생이란 좋은 방향으로만 움직이지는 않는 법이죠. 반대로 삼성전자 주가가 10만 원에서 5만 원으로 폭락을 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증거금 3만 원만 내고 구매했으므로 여전히 미수금 7만 원의 빚이 남아 있는 셈이 됩니다. 차라리 10만 원 현금을 주고 한 주를 구매했더라면 까짓 거 기다리면 다시 오르겠지 뭐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천천히 기다리는 방향도 고려해 볼 법합니다. 그런데 미수거래를 한 현 상황에선 증권사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려 주질 않네요. 미수금의 상환 일자는 D+2일입니다. 즉 미수금 7만 원을 2일 안에 갚아야 한다는 뜻이며 2일 안에 외상값을 갚지 못하면 3일째 (D+3)되는 날에는 증권사에서 강제로 제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헐값에 팔아 미수금을 상환 처리해 버립니다. 이를 반대매매라고 합니다.
물론 미수금을 중간에 상환해 반대매매를 막는 방향도 있을 수 있었겠지만 앞서 최상의 상황만을 조합해 미수거래의 장점을 부각해 설명드렸듯 이번엔 미수거래의 위험성을 보다 와닿게 설명드리기 위해 조금 더 극적인 최악의 상황만을 예로 들었다는 점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엔 신용거래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신용거래는 주식 매수 시 필요한 투자금을 증권사에서 대출받는 것이라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상환기간이 미수거래의 이틀 (D+2)에 비해 비교적 장기입니다.
신용융자 기간은 일반적으로 90일부터 시작하며 증거금률이나 이자율 및 융자 금액 등의 기타 조건도 각 증권사별 기간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신용거래를 원할 시엔 반드시 가입된 증권사에 꼼꼼히 확인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미수거래나 신용거래나 이론적으로만 보자면 자신의 실제 자금력보다 더 큰 자본을 조달해 투자가 가능하다는 레버리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으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죠.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성을 반드시 인지하시어 대출을 행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결정을 내리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세상의 어떤 대출이든 적절한 금액의 차입과 합리적 운용은 위기를 극복하는 전화위복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을 시 큰 손실이나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 특히 주식 투자에선 더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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