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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

신카이 마코토 - 날씨의 아이 (天気の子) 리뷰 및 GIF -

포스터

이것은

나와 그녀만이 알고 있는,

세계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

 

병실에서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던 중 창밖의 신비한 빛줄기를 발견하고 그에 이끌려 따라가다 비를 멈추게 하는 불가사의한 힘을 갖게 된 소녀 아마노 히나

그리고 역시 신비한 빛에 이끌려 결국 가출을 감행해 고향을 떠나 도쿄를 찾게 된 작은 섬마을 출신의 소년 모리시마 호다카

 

도쿄에 도착한 호다카는 이곳에 정착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 보지만 16세 밖에 안된 소년을 위한 일자리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번번이 구직에 실패하던 호다카는 우연히 히나가 아르바이트 중이던 햄버거 가게에 들르게 되고 며칠 내내 음료수 한잔으로 저녁을 때우며 시름에 잠겨있던 호다카가 안쓰러웠던 히나는 햄버거 하나를 몰래 건넵니다.

 

비를 맞고 있는 호다카
스가를 찾아간 호다카
건물에 내리는 비
비 내리는 스가의 잡지사

 변변한 감사인사도 못한 채 히나와 헤어진  호다카는 결국 구직난을 견디다 못해  도쿄로 올라오던 배편에서 우연히 알게 된 잡지사 사장 스가 케이스케를 찾아가게 되고 마침내 스가가 운영하던 잡지사의 일자리를 얻게 됩니다. 비록 삼류 미스터리 물을 다루는 영세 잡지사에 월급은 3천 엔에 불과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의지하고 필요로 한다는 점에 고무된 호다카는 온갖 잡일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합니다.

 

 

두 달째 비만 내리는 이상기후가 계속되는 도쿄지만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던 호다카는 우연히 곤경에 처한 히나를 다시 만나게 되고 히나의 신비한 힘을 알게 된 호다카는 히나와 의기투합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맑음 소녀 (하레 온나, 晴れ女)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화분에 내리는 비
취재 중인 호다카

 날씨의 아이는 비가 계속되는 이상 기후로부터 세계를 구하기 위한 히나와 호다카의 모험과 사랑을 그린 이야기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과 더불어 감각적인 영상들로 가득 찬 아름다운 영화였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론 언어의 정원처럼 잔잔함 속에서 강한 임팩트가 느껴진다거나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나 의도가 그다지 명료하게 와닿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항상 명료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분석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 영화를 보면선 왠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고 그런 면에서 본다면 관객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데 성공했으니 그 역시 성공적인 작품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긴 하네요.

 

비가 내리고 있는 차로
비를 맞고 있는 계량기

우울함과 절망이 계속되는 비 내리는 날씨 속에서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기 위해 맑은 날씨를 가져다 주려 노력하며 결국 자신까지 희생해 세상을 구하려 하는 히나와 날씨 따위보단 히나가 더 중요하다며 결국 히나와 함께 하기를 선택한 호다카를 보며 히나가 다소 수동적이며 이상과 꿈을 좇아 자신의 행복을 포기한 인물이라면 호다카는 때에 따라선 무모할 정도로 능동적이며 결국 현실의 행복을 선택한 인물을 대변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론 호다카란 인물이 조금 신경 쓰였는데 한없이 마음씨 착하고 여리기만 해 보이는 호다카지만 사실 가출 동기도 불분명하고 총기를 습득해 보유하고 있던 의도도 불명확하며 16세 소년의 행동이라고 보기엔 다소 과격해 보이기도 할 정도의 연속되는 도주 행위 및 경찰을 향해 총기를 겨누는 모습 등을 보며 이 인물에 대한 균형이 뭔가 조금 어긋난 것 아닌가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호다카의 절박한 심정을 감안하더라도 영화의 장르나 특성 및 주인공들의 나이를 고려해 봤을 때 이 정도면 너무 잦은 게 아닌가라고 생각될 정도의 총기 휴대 및 발포 모습으로 감독은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요? 참고로 이 영화가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모방범죄의 가능성을 무시한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라는 의견도 다수 존재했었다고 합니다. 물론 전 모방범죄의 가능성이나 교육적 유해성에 관한 얘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만 호다카란 인물에 대해 뭔가 아리송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골목길에 내리는 비
비를 맞으며 서 있는 호다카와 히나

 이상기후가 지속된 지도 3년의 시간이 지나고 여전히 비 내리는 날씨가 계속되는 도쿄. 하지만 사람들의 생활이 조금 불편해졌을 뿐 결국 바뀐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고 출근해서 일하며 생활 속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원래 미쳐있었으니 괜찮아라고 말합니다.

히나는 여전히 강가에 서서 세상 사람들을 위해 눈을 감은채 손을 모아 비가 그치고 맑은 날씨가 오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3년 만에 히나를 만나러 걸어가던 중 저 멀리서 기도하는 히나의 모습을 발견한 호다카는 눈물을 흘리며 "역시 그날 내가... 아니 우리가 이 세상을 바꾼 거였어. 나는 선택한 거였어. 그 사람을! 이 세계를! 여기서 살아가는 것을.."이라고 난데없이 외칩니다. 히나를 구하는 거 외에 세상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걸 스스로 선택했다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는 호다카. 물론 히나와 함께하는 세상을 의미하는 거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빗방울과 동심원
비 내리는 날의 철로

영화 개봉 다음 해인 2020년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발병해 이 세상은 거대한 변화와 계속되는 불안을 겪게 됩니다. 그 지속되는 불안 속에서도 이 영화는 함께 역경을 헤쳐나간다란 의미의 영어 제목 Weathering with You처럼 젊은 층들에겐 "괜찮아"라며 용기를 북돋워주는 영화가 되었다고 합니다.

세상은 쉽게 바꿀 수도 바뀌지도 않으며 설사 세상이 바뀐다 한들 결국 행복은 스스로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닐까요? 그렇게 현실에 안주하고 때론 타협하며 살아가지만 기도하는 히나의 모습처럼 저마다 마음 한 구석엔 더 나은 미래와 세상을 꿈꾸며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인생이자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글을 마칩니다.

 

카이 마코토 감독이란 이름과 영화의 영상미 만으로도 시간을 투자해 볼만한 가치는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되니 기회가 되면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히나의 집
빗방울
비 내리는 거리의 자동차와 스쿠터
호다카와 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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