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이면 항상 오전 수업을 건너뛴 채 공원으로 향해 구두 디자인을 스케치하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장래 구두 디자이너가 꿈인 15세 소년 타카오. 역시 비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공원을 찾아 초콜릿을 안주삼아 맥주 한잔을 마시며 가슴속의 상처를 달래는 28세의 여성 유키노.
비록 짧은 대화뿐이었지만 비 내리는 공원에서 우연히 첫 만남을 가지게 된 두 사람은 이후에도 비가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공원을 찾아 우연 같은 만남을 지속하게 됩니다. 때마침 장마가 시작됨에 따라 두 사람이 공원을 찾는 횟수는 점점 잦아지고 서로에 대해 그다지 아는 것도 없는 사이였지만 만남을 거듭할수록 마음 한켠에서 점점 커져만 가는 서로를 의식하며 어느덧 서로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 비 내리는 날만을 기다리게 됩니다.
다시 장마가 지나가고 여름방학이 시작됨에 따라 두 사람의 만남은 뜸해진 채 시간은 흘러가고 그들의 안타까움은 커져만 가는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두 사람은 과연 만날 수 있을까요?
비가 내리는 정경만으로 두 사람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더불어 영화의 영상미를 극대화시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 특히 실제 신주쿠에 있는 공원인 신주쿠 공원의 사실적인 묘사와 영화 전체의 80프로를 차지하는 푸른 녹음과 어우러진 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영상들로 가득 찬 이 영화는 비를 좋아하는 저로썬 보는 내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했으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왜 비를 이 영화의 제3의 주인공이라 표현했는지 이해하기에 충분했습니다.
46분의 다소 짧은 러닝 타임이지만 비 외에도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고전 시가집인 *만요슈 (萬葉集, 만엽집)에 수록된 고전 시가를 통해 두 사람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복선을 준 부분 역시 국문과 출신이자 이제는 이미 어엿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 잡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다운 재능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운 부분이었는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직접 집필한 언어의 정원 소설 편에선 영화에서 다루지 못한 뒷얘기들도 다뤄져 있으니 영화를 재밌게 보신 분들은 시간이 나시면 소설도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만요슈 (萬葉集) 수록 시가
유키노 유카리의 단가
천둥소리 희미하게 울리네. 구름이 껴서 비라도 와준다면 당신은 여기 있어줄까?
아키즈키 타카오의 답가
천둥소리 희미하게 울리고 비가 오지 않아도 난 여기 있겠어요. 당신이 붙잡는다면...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라 제가 직접 영상에서 비 내리는 장면들 일부를 GIF 파일로 만들어 봤으니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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